전시 에세이 - 삼청동에서의 취향 나들이 by옆집미술 - 화방넷 커뮤니티

전시 에세이 - 삼청동에서의 취향 나들이 by옆집미술

새소식_점또 2024. 5. 2.

삼청동에서의 취향 나들이

안녕하세요. 조금은 여러분들과 친해진 거 같아 저의 본격적인 휴일 일과를 공유해 보려고 해요.

저의 경우, 하루 종일 쉴 수 있는 날이 생기면 무조건 전시를 보고자 합니다. 왜인지 모르게 미술 작품을 보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이 조금은 없어지기도 하고, 또 미술관 공간 자체에서의 치유를 받는 것도 같아요.

쉬기 위해 나서는 것치고는 전투적인 자세로 집을 나서는데, 우선 밥을 단단히 챙겨 먹고 가장 편안한 신발을 골라 신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 전시를 보고자 집을 나설 때, 한 갤러리만 보지 않기 때문이죠. ㅎㅎ

최대한 많은 갤러리를 돌아보는 것이 제가 정말 잘 쉬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날은 삼청동 일대를 쭉 둘러봤답니다. PKM, 국제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아트 선재 갤러리를 다녀왔습니다. 오늘 에세이에서는 국제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다루고자 해요.

국제 갤러리 전시장 안.

현재는 강서경, 김윤신 작가님의 전시가 이미 오픈이 되었겠죠?

제가 방문할 당시에는 전시 준비 중이었어요. 김윤신 작가님의 조각이 전시된 것을 슬며시 바라봤는데 멀리서 봐도 아주 좋더라고요?

이 에세이를 쓰는 시점에도 아직 전시를 못 봤는데 최대한 빨리 달려가야겠어요.

국제 갤러리 한옥 전시장 전경.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_ 김용익 개인전

K1,2,3은 아직 전시 준비 중이었고, 한옥 전시장에서는 김용익 작가님의 전시가 진행되었어요.

국제 갤러리에서는 대체로 한국 원로 작가들의 개인전이 많이 진행되는데, 특히나 추상 작업을 하신 작가분들의 작 업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거 같아요.

특히나 이 한옥 전시장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인데, 방문할 때마다 작품과 공간의 에너지가 너무 조화롭게 느껴지고, 또 잠시 현실과 떨어져 머무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이전에 양혜규, 최욱경 작가의 전시가 진행된 것을 보았는데, 특히나 한국 작가의 작품과 함께하면 이동면 한옥의 매력이 배가 되는 거 같아요.

<이것은 답이 아니다 #18-26> (2018)

<물감 소진 프로젝트 23-22 :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

본래 땡땡이 화가로 알려지셨던 김용익 작가님이 2018년부터 물감 소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였던 작업을 전시하더라고요.

물감의 두께를 최대한 얇게 하고자 하는 등 화구를 최대한 아끼면서 작업하신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첫 번째 작품의 가운데 두 원은 붓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묵으로 산수화를 그린 것처럼 드러나는 붓 자국이 신기하기도 했고, 또 계속 바라보다 보니 이유 모를 울림을 받기도 했어요.

비슷한 이유로 두 번째 작업도 너무 좋았습니다. 색채에서 한국적인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하고, 캔버스 자체가 한지의 질감을 느껴지게 한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학고재 갤러리 《함(咸): Sentient Beings》 _ 백남준, 윤석남, 김길후 3인전

백남준, <구/일렉트로닉 포인트> 1990

계획에는 없었던 학고재 방문이었는데,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백남준의 작업을 보고 갑자기 설레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작품은 냉전 종식 이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제창한 세계 평화의 가치를 기리는 의미로 제작되었다고 해요.

한국 작가들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백남준의 위대함이 더더욱 크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당시에 한국 작가가 세계를 주 무대로 활약한 것이 믿기지 않기도 하고, 새삼 작가님이 비범한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남준, <W3> 1994

‘W3’은 WWW(world wide web)를 의미하는데요. 인터넷이 지배하는 21세기를 예견하는 의미로 이 작품을 제작하셨다고 해요. 바로 이런 부분이 제가 백남준을 공부할 때마다 느끼는 놀라움과 연결되는데, ‘예술’을 하나의 방식으로 삼아 미래에 대해 예견한다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천재’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얼마 전, 한 작가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미술적 해결책’이라는 용어를 들었는데, 백남준은 정말 ‘미술적 해결책’을 잘 이행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보통 미술을 감상하기 위한 대상으로 여기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채택하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미술을 사용함으로써 완곡하게 (심지어 어떤 것은 세련되었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꼬집을 수 있다는 것이 제가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김길후, <무제> 2013

이 전시로 처음 알게 된 김길후 작가님의 작업인데, 그냥 훅 지나갔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울고 있는 듯한 얼굴이 보였어요. 어딘가에 엎드린 채 눈물을 흘리는 듯한 얼굴을 보니 많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작품 설명 중에는 보편적인 자아의 표현을 하고자 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현대인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울적함을 담은 듯했어요.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니 표면이 아주 반짝거리더라고요. 그냥 멀리서만 보았다면 암울 한 감정만 느껴졌겠지만, 반짝거리는 표면을 발견하니 희망적인 감정이 들기도 하고...

사실 제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즐거워 슬며시 웃음을 짓고 넘어갔답니다.

n년째 전시를 보지만, 전시를 볼 때의 루틴이나 작품 중 제가 중점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지점이 매번 달라짐을 느껴요. 이렇게 저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현재 저는 매우 즐겁고도 신납니다. 저에게 휴식은 스스로에 대해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기에, 미술관이 그것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들의 취향은 어떤 편이실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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