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야채가게에서 먼저 온다
어느새 따뜻한 봄이 되었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다른 데서 봄을 느낀다.
골목을 지나가다 마주치는 야채가게.
겨울 내내 비슷비슷하던 색들 사이에,
어느 날부터 연두빛이 섞이기 시작한다.
달래, 냉이, 쑥 같은 이름들.
어릴 땐 잘 몰랐던 그 풀들이
이제는 계절을 알려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보다
손에 잡히고, 먹을 수 있고,
금방 시들어버릴 것 같은 이 작은 것들이
오히려 더 확실하게 봄을 말해준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풍경을 떠올리면
야채가게 앞에 놓인 그 초록들이 먼저 생각난다.
그 장면이 좋아서,
나는 오늘 야채가게를 한 번 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