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드로잉로그
어느새 추석도 끝나고 여름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진짜 민폐 덩어리인 여름. 친척들도 떠나가고 있는데 안 갈 거라며 엥엥 울며 계속 남아있더만 이제서야 질렸는지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니 너 한참 전에 가야 했다고? 세상에 지금은 가을이여야 했다고! 우리 대한민국은 4계절이잖아!
덕분에 안쪽 팔 팔꿈치 근처를 모기에게 습격당했습니다.
큭! 그렇게나 방비를 열심히 했는데 옷을 뚫고 물어오다니! 산모기! 무섭구나!
아무튼 이번주는 날씨도 그렇고 모두 정신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계속 참가하다 지각해서 이 글을 못 쓸 뻔 했죠. 다행히 제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네요...
이번 드로잉의 주제는 최근 먹은 디저트였습니다.
문제는 이번 추석에 디저트라 할 말한 걸 먹지 않았고 그냥 식욕도 없어 오히려 평소보다 더 굶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왜 점점 컨디션이 나빠지는지 모르겠넹. 신기하게 몸은 나빠지지만 정신은 흥분하고 날뛰려고 하네.
진짜 날씨와 함께 미쳤나?
아무튼 뭔갈 먹지 않았기에 적당한 걸 찾아야 했습니다.
근데...사 먹기는 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드로잉을 목적으로 해서 그런가 그냥 적당한 걸 사서 해결하자고 마음먹자마자 "아니!? 싫은데!?"라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
직접 만들지 뭐.
그래서 초코타르트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네요.
왤까요. 분명 갈색 색연필을 썼는데 빨개.
다이소여서 그런가?! 그런 거냐!? 날 배신한 거냐 다이소!
게다가 오른쪽은 먹고 난 후 흐르는 크림을 그려보려고 했는데 내가 봐도 형체를 구분할 수 없어! 분명 빛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곳이나 그림자같은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써서 그렸는데 결과는...!!
아무튼 초코 타르트를 만들고 그려봤습니다. 이야~ 직접 만드는 건 좀 오랜만이라 그런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네요.
타르트 쪽은 바삭바삭해야 하는데 약간 빵처럼 푸석거리는 느낌이 섞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쪽에 초코크림을 채울때 알아차렸는데, 바닥 부분이 부풀어 올라 초코크림이 적게 들어가 남아버렸습니다.
누구에게 먹이지. 난 먹기 싫은데. 히히! 억지로 먹여야지! 거부권은 거부할테마!
이렇게 초코타르트를 만들고 다음으로 선택한 건 머랭쿠키였습니다.
타르트에 넣을 초코크림엔 노른자만 써서 자연스레 흰자가 남게 되었거든요 .
흰자로 여러가지 만들 수 있긴 하지만 간편하고 재료도 적은 건 머랭입니다.
그냥 흰자랑 설탕 1:1로 준비하고 잘 섞으면 끝이니깐요.
섞는 것도 기계가 대신 해주니.
그렇게 반죽을 끝내고 오븐에 돌리니 노릇하게 구워진 머랭 쿠키가 만들어 졌습니다.
네, 하얀색의 머랭 쿠키가 아닌 옅은 갈색으로 딱 봐도 잘 일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색의 머랭 쿠키.
실패한거 아니예요? 하얀색 머랭 쿠키를 못 그려서 이렇게 만든 거랍니다? 정말이예요? 믿어주세요!!
이것도 뭐, 그림자나 빛 신경 싸며 그렸습니다만...
흠. 아. 음. 흐음. 후...
쩝. 맛은 있으니 스트레스는 풀리는 군요.
아무튼 이제 이걸로 화방넷 드로잉로그가 끝났습니다.
덕분에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로 그림을 그렸지만 이번엔 6개나 그렸습니다.
동기부여도 되긴 하지만 동시에 처참한 제 실력을 보여주며 제 의지를 동시에 꺾는군요.
이걸 버티고 계속 그려야겠죠. 흑.
아, 그림 잘 그리고 싶다. 정말. 내가 보는 이 아름다움들을 그냥 사진으로만 찍을 수 있었으면 이런 욕망 안 품었겠지.
내가 보는 이 모든 것들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정말로. 정말 그림 연습해서 잘 그려지게 되자. 진짜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