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 안채 접시 고체물감 48색. 채미먹 20색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일본화 물감 브랜드 길상의 제품을 지원받았습니다.
▮길상 안채 고체물감 48색
▮길상 채미먹 안채 고체물감 20색
▮길상 두방지 시키시 낱장 15×19cm, F3, F4호 사이즈
깊은 숲 속
새벽의 하늘
마른 꽃을
두방지와 수채화 종이
그동안 써보고 싶었던 장지(3합)
예전에 직접 만든 수제 종이 위에 그려보았어요.
동양화 물감과 장지는 처음 사용해 보았어요.
전문적, 학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 아니라
처음 써보는 재료를 직접 써보면서 느꼈던 점 위주로 적어보았습니다.
▮길상 안채 고체물감 48색
먼저 길상 안채 고체물감 48색의 발색표를 만들어보았어요.
뚜껑을 열어 물감을 보니 색감 자체나 놓여진 배열만으로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벽에 붙여두고 보려고 조금 큰 종이에다가 전통 조각보를 떠올리며 색칠해봤어요.
A3 사이즈의 황목의 카디페이퍼를 사용했습니다.
길상 안채 고체물감은 물로 녹여서 바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예요.
물에 아주 쉽게 풀어졌어요.
동양화의 색감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수채화 물감처럼 수채화 붓과 수채화 종이 위에 그려도 좋을 것 같아요.
칸을 나누어 색마다 다르게 덧칠을 여러 번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물을 많이 사용했는데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면서 색이 뭉쳐지는 곳도 있었어요.
투명한 색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과슈물감처럼 불투명하게 보였습니다.
서로 어울리도록 덧칠의 횟수를 달리해서 쌓아 나갔어요.
여러번 쌓아나간 곳은 불투명하고 균일하게 잘 발라졌습니다.
포스터물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중에서 군녹색은 초록과 푸른 색감이 오묘하게 뒤섞여서
색이 분리되더라고요.
너무나 예뻤습니다.
수채화 물감 중에도 색이 분리되는 이런 이중색이 있는데
물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신비로운 느낌까지 드는 것 같아요.
안채물감 48색 세트에는 펄이 섞인 색도 포함되어 있어요.
한번 칠했을 때는 약했지만 여러 번 덧칠하니 펄감이 두텁게 잘 쌓였습니다.
색감이 아름다워서 색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어요.
▮길상 채미먹 안채 고체물감 20색
채미먹 안채 고체물감 20색은
고매원의 고급 유연묵인 홍화먹과 길상의 안채물감을 섞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낮은 채도의 오묘한 색감이 정말 너무나 매력적이었어요.
이번엔 농담을 조절해서 발색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농도를 진하게 하면 어둡고 깊은 색이 나오지만
물을 많이 타서 묽게 하면 또 채도가 살짝 높아지면서 다른 분위기가 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다양한 대상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더 알아보고 싶은 물감이었어요.
먹과 함께 섞인 물감이라니. 너무 아름다워요!!
▮길상 두방지 시키시 낱장 15×19cm, F3, F4호 사이즈
두방지는 패널에 부착되어 있어 바로 간편하게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동양화 종이입니다.
종이는 얇지만 접혀질 일이 없으니 들고다니기에도 좋고 다 그려놓고 세워두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만져보면 보들보들 보송보송 포근한 질감이 느껴졌어요.
금테두리로 예뻐보여요.
이번에는 가장 작은 사이즈를 사용했습니다.
이번에 장지를 한번 사용해보려고
두껍고 튼튼해보이는 3합의 장지 위에 간단히 아교액을 발라보았어요.
장지가 전지 사이즈라 원하는 크기로 여러개로 나누어 잘랐습니다.
아교는 동물의 가죽이나 뼈, 힘줄을 끓여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동양화 작업 시 밑작업으로 발라주어(아교반수)
종이와 물감을 더 단단히 달라붙어있게 하고
(캔버스에 젯소칠 역할?같은)
접착제 기능을 해서 안료와 함께 썪어 물감을 만드는데에도 쓰인다고해요.
아교에도 종류가 많더라고요.
대부분은 막대아교, 알아교를 녹여서 백반수와 함께 섞어서 밑작업을 하시던데
저는 간단히 액상형태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했어요.
예전에 치자와 정향으로 잉크를 만들어둔게 있어서
몇장의 종이는 아교와 함께 섞어서 발라주었습니다.
아교액을 살 때 가격이 저렴하고 묽어보이는 걸로 사서
처음엔 그대로 발라주었는데요.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바르고 났더니 종이가 딱딱해졌어요.
동양화를 전공하신 분들이 제가 이렇게 하는걸보고 큰 도움들을 주셨습니다.
꼭 물과 함께 섞어서 발라주어야한대요.
백반도 함께 넣으면 좋고요.
전에 치자잉크를 만들 때 백반을 함께 넣었어서
간단히 아교액과 적당히 따뜻한 물을 1:4 비율로 섞어서 발라주었더니
종이가 딱딱해지지 않았어요.
1~3 회 정도 발라주었습니다.
아교액을 그대로 발라 딱딱해진 종이 위에 물감을 바르니 엄청난 얼룩이 생겼어요.
부분별로 흡수되는 정도가 달라서 무늬가 생겼어요.
아마도 이 종이 위엔 매우 물을 적게 쓰거나 과슈,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야 될 것 같습니다.
깊은 숲 속은
주로 안채물감 군녹색을 쓰고
부분적으로 안채물감 백군, 채미먹 묵수군청색을 사용했습니다.
비교를 위해 2가지 종이를 사용해 봤어요.
이번에 받은 두방지 위에도 그리고
300g/m² 수채화용지 파브리아노 뉴아띠스띠꼬 세목의 종이 위에도 그렸습니다.
두방지 위에 그릴 때
물을 엄청 많이 사용해서 채색을 했는데 물감이 확 번지고 막 칠했을 때는 진해져서
색을 맞추기가가 어려웠어요.
그리고 붓질을 거칠게 해서인지 물을 많이 해서인지
종이가 벗겨지려고 하는 듯해서
구멍이 나려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려나갔습니다.
물 없이 진하게 그렸을 때는 종이 표면 결이 부드러워서 갈필이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어요.
물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수채화 종이 위에 그릴 때는 익숙해서 그런지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것과 다름없이 느껴지고 농담조절이 훨씬 편했어요.
파브리아노 뉴아띠스띠코 300g/m² 세목 위에 그려서 이중색이 더 부드럽게 표현이 되었습니다.
길상 안채 48색의 물감상자를 딱 열어보면
채도가 높고 밝은 화사한 색감도 눈에 띄어요.
백군, 백녹, 구우, 호분, 미수색을 사용해서
날이 밝아오려고 할 때의 새벽 하늘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장지와 예전에 제가 직접 만들었던 수제 종이도 함께 사용해보기로 했어요.
물의 양을 달리하여 얇게 여러번 쌓아가며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나갔어요.
이 종이도 물에 닿으며 금새 번지고 진해져서 천천히 살펴보며 진행했습니다.
차분한 하늘의 질감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물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 종이도 벗겨질려고 하더라고요.
최대한 부드러운 붓을 사용해서 그려나갔어요.
종이를 거의 물에 푹 담근 것처럼 물을 듬뿍 사용해서 종이가 구멍날까 걱정이 됐지만
색이 종이 위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채도가 낮은 오묘한 색의 채미먹을 사용해서 3합의 장지 위에 마른 꽃을 드로잉 해보았습니다.
먹과 안채물감을 섞어서 만들어진 물감이라
특히 저채도의 차분한 색감이 마른 꽃의 줄기와 잎 부분과 잘 어울렸어요.
꽃잎 부분은 안채의 펄색인 청금색 그리고 호분색을 사용했습니다.
장지는 종이 표면이 보슬보슬 보들보들 포근해서 갈필을 사용했을 때도 매력적인 붓질이 나오는 것 같아요.
꽃의 말린 느낌을 살려 붓에 물기를 최대한 적게 해서 그린 부분들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색만으로도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동양화 물감을 처음 사용해보면서
색을 바르는 순간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습니다.
오랜만에 떠오르는 생각대로 하나하나씩 따라가보았어요.
어색하고 서투른 결과물이지만
그런 과정과 경험들이 모두 좋았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