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페이퍼 grey 그레이 . LA8 수제종이
이번에는 평소에 야외 드로잉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종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면100%의 인도산 수제종이인 카디페이퍼인데요.
다양한 크기와 형태, 평량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A8 사이즈 평량 150g/m² 연그레이 종이를 주로 사용해보았습니다.
Khadi paper A8 light grey 150g/mᄇ 100 sheets
수제종이를 한번 쓰고부터는 계속 계속 손이 갑니다.
정말 엄청난 매력이 있어요!
특히 올해에는 야외에서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때
이 종이를 정말 자주 사용했어요.
길을 걷다가 시선이 가는 장면을 보았을 때 앞에 잠시 서서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걸리는 시간은 보통 2~30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 지어야 해서 아주 작은 종이가 필요했는데
A8 사이즈는 가로 8cm 세로 5cm 크기로 딱 적당했어요.
수제종이가 좋아서 이전에는 직접 종이를 만들어 쓰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해요.
그러던 중 100장 단위로 넉넉히 구매할 수 있는
이 작은 카디페이퍼를 알게 되었습니다.
흰색, 연회색, 진회색 총 3가지 종류가 있어요.
밑바탕의 색은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줍니다.
완성도를 위해 흰색보다 연회색의 종이를 더 자주 사용해요.
화방넷 페인터즈 활동으로 light grey 색을 주로 쓰게 되었어요.
채도 높은 색감이 필요하면 흰색의 종이가 좋았어요.
색감이 더 밝고 환하게 표현됩니다.
연회색의 종이 위에 그리면 전체전인 분위기가 차분하게 마무리됩니다.
도시 안에 살고 있어서 회색의 종이가 더 잘 어울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진회색의 종이는 특히 어두운 밤풍경을 그릴 때 유용했습니다.
밤바다 풍경으로 연회색과 진회색의 종이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진회색 종이 위에 그린 밤바다가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이 조금씩 다 다릅니다.
수제종이라 반듯하게 자른 모양이 아니예요.
특히 종이 끝부분이 정말 너무 너무 예뻐요.
길이도 폭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종이의 결은 중목이지만 어떤 것은 더 부드럽고 어떤 것은 더 거칠어요.
결이 울퉁불퉁한데 그 모양이나 기울기도 조금씩 다릅니다.
또 수제종이는 다른 종이들과 달리 일정한 방향으로만 휘지 않아서 좋아요.
다 제각각인 모양들이 예뻐서 만지작거리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종이 위에 유화물감을 사용할 때는 특별히 밑작업이 필요합니다.
(유화용으로 나온 종이도 마찬가지였어요)
기름이 종이에 스며들면 쉽게 변색이 되고 종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또 종이가 물감의 기름을 흡수해서 그림의 광택이 덜해지기도 해요.
유화물감의 광택을 좋아한다면 이 점을 참고해야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종이에 기름이 스며들지 않도록 밑작업을 했었는데
야외에서 그릴 땐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그려서인지
바로 그려도 생각보다는 상태가 괜찮더라고요.
카디페이퍼가 단단한 종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뒷면을 살펴보면 약간의 얼룩이 있습니다.
올해는 부득이하게 시간상 밑작업을 생략하고 쓰고 있어요.
그림을 계속 그릴려면 체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조금 더 큰 사이즈에 팬지꽃과 해질녁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
평량 150g/m² 이면 얇은 편인데 같은 평량의 다른 종이와 비교해보면
카디페이퍼는 확실히 단단한 종이인 것 같아요.
원래도 완전히 평평하진 않지만 물을 먹으면 더 울퉁불퉁해져요.
하지만 이내 다시 자리를 찾습니다.
뻣뻣한 붓으로 꾹꾹 눌러가며 그려도 종이표면이 튼튼해서 큰 손상없이 잘 버텨줍니다.
하루 중 아름답게 반짝이는 어떤 장면들
기억해두려고 잠시 서서 멍하니 바라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릴텐데
그림으로 남겨놓으니 그 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메모를 하는 것은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어느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지나가버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계속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