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수채 괴슈 사용 후기
디지털 드로잉으로 과슈 느낌을 내보고자, 브러시와 종이 질감 등 화려한 도구들을 찾아 헤매던 시절이 떠오른다. 과슈가 어떤 느낌인지도 모른 채, “과슈 일러스트”라고 검색해 나오는 그림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다.
우리는 검색의 가능성을 곧잘 자신의 지식으로 착각하곤 한다.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면 몇 분 만에 ‘전문적인’ 지식이 쏟아져 나오니, 그걸 읽은 것만으로도 내가 ‘안다’고 여겨버리는 것이다.
이번에 사용한 젤리 수채 과슈 물감은 선물받은 지 오래된 재료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처럼, 아끼다가 정말 똥 될 뻔했다.
물을 많이 섞으면 수채화처럼 표현할 수 있고, 적게 섞으면 아크릴처럼 꾸덕한 질감을 낼 수 있다. 종이 위에서 마르는 물감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촉감’을 실감했다. 붓을 통해 손끝으로 전해지는 종이와의 마찰. 그 감각은 디지털 드로잉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디지털 드로잉은 다양한 재료를 손쉽게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촉감은 결국 미끄덩한 아이패드 화면과 매끈한 애플펜슬일 뿐이다.
재료의 물성은 시각적으로 구현되지만, 손끝의 감각은 소외된다. 그래서 디지털 작업은 점점 시각에만 의존하게 된다. 나는 촉감의 중요함을 잊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종이 위에서 마르는 물감을 손으로 만져본다. 그 작은 행동에서 오는 기쁨은, 완성된 결과보다도 더 크다.
디지털 드로잉이 결과적으로 더 쉽고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 해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 수작업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